'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01/20 짧은 도서 대출일지 (2)
  2. 2007/01/11 생각하라 (4)
  3. 2007/01/08 글을 쓴다는 것 (4)
  4. 2006/11/13 이혜경과 한 끼 식사
어제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읽으려고 시립도서관에서 오구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사건』을 빌려다 놓았는데, 사건 전개보다는 여엉 사설이 길어서 그런지 별 흥미도 일어나지 않고 집중도 아니되기에 한 50페이지 정도 보다가 과감히 덮어버렸다. 그리고 내 잘못된 선택에 대한 불만에 못 이겨 오가는 길에 충동적으로 서점에 들렀다. 원래는 『글쓰기의 최소원칙』이라는, 신문 어드메에서 언뜻 관련 기사를 본 것도 같은 책을 훑어보고 싶었는데, 워낙 신간이라 그런지 아직 서점에는 입고되지 않았던 터라 정말로 충동적으로, 그 책 대신 덜컥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구입했다. 그 내용에 대해서야 워낙에 유명한 책이기도 하고 백문이 불여일견, 내가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 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더욱 나을 것 같아 그저 이렇게나 꼼꼼하고 확고한 원칙을 책을 펴낼 수 있었던 이태준에게 경외심마저 들었다, 라는 짧은 말로 감상을 대신하고자 한다. 아무튼 내친 김에 오늘은 다시 시립도서관에 들러 『내 인생의 글쓰기』도 빌려왔다.

한 때 고양이가 한국 출판 시장의 트렌드였던 것 처럼 지금은 많은 이들이 '글쓰기'에 주목하고 있는 모양인 듯 아무튼 요즘 글쓰기 관련 책이 눈에 많이 뜨이고, 덩달아 나 역시 글쓰기 책에 자꾸 관심이 간다. 그것도 글쓰기 기술이나 방법론 보다는 무엇이 다른 이들에게, 특히나 '꾼'들에게 글을 쓰게 만들고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글을 쓰는가, 에 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자꾸 읽고싶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유행 탓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뭔가를 쓰고는 싶은데 막상 글은 잘 안 나오고, 그래서 내 스스로도 어지간히 답답하긴 한가보다, 싶어 앞으로 어제 보려다 못 보았던『글쓰기의 최소원칙』외에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도 좀 읽어보려 한다. 그 외에도 이전부터 꼭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던 오에 겐자부로의 『일상 생활의 모험』과 할머니 병실을 지키고 계시는, 나 못지 않게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아빠를 위해 요코야마 히데오의 『종신검시관』을 빌려왔다(히가시노 게이고 책들을 몇 권 빌려다 드렸는데 별로 아빠의 취향은 아닌 듯 하다). 혹시 알아, 이런 것들에 계속 자극을 받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글이 술술 써 질지. 그러니 당분간 게으름은 금물, 얼마 남지 않은 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순간을 책 읽기에 할애하고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좋은 글'을 위해 정진, 또 정진 할 지어다.


덧> 2년 전에 개설해 놓은 플레이톡(http://playtalk.net/nautes03)이 글쓰는데 의외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일단은 단 한줄이라도, 뭐라도 쓰고 보는 것이 글쓰기의 좋은 전략 중 하나임을 새삼 깨닫는다. 내친 김에 플레이톡 연동 태터 플러그인이라도 설치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만둔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9/01/20 00:16 2009/01/20 00:16
book reviews l 2009/01/20 00:16

하릴없이 밤을 새고 동이 막 터오는 이른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유독 '내 글'은 왜 이렇게 풀리지 않는 것일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사실 이 주제는 내게 있어선 해묵은 단골손님과 같은 것이고 최근 들어 이 손님은 주인의 사정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수시로, 무작정 쳐들어온다. 괘씸한 것 같으니, 나 보고 어쩌란 말이냐, 하고 가끔은 성난 얼굴로 돌아보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허나,

나는 이미 그 답을 알고있다. 게을러서 그런 것이다. 아니, 그럼 정신 없이 바쁠 때는 더 좋은 글이 나온단 말인가, 하고 스스로 - 아니 그 손님 녀석이 - 되물으니 또 꼭 그런것 만은 아니라 한다. 그렇다면 난 이제 어떡하면 좋으냐 했더니 열심히 생각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했던 것 처럼 "이것은 명백히 사유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유하지 않음, 즉 무분별하며 혼란에 빠져 하찮고 공허한 '진리들'을 반복하는 것"이 문제라 한다.

결국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생각을 멈추고 있다는 뜻이며 다시금 생각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자 하는 노력마저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런지. 그리고 그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은 곧 스스로가 딱히 인간입네 하고 내세울 만한 구석이 전혀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인지도 몰라서 그것은 그것 자체로 일종의 죄가 되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내 글의 샘물이 말라붙는 것을 지극히 두려워 하는 것은 스스로 인간됨을 증명하려는 노력을 쉽사리 포기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저 숨쉬고 밥 먹고 잠만자는, 아무런 존재가치 없는 한 '물건'이 되어 뒷방 신세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7/01/11 00:59 2007/01/11 00:59
daily life l 2007/01/11 00:59
2006년 9월 2일 오전 4시 11분

말하기나 글쓰기는, 일단 그것을 토해내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내 활시위를 떠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한 번 토해놓은 이상은, 더 이상 그 말이나 글이 내 것이 아니다. 이후에 나는 어떤 말이나 글을 덧붙임으로서 그것에 대한 이해를 구하거나 책임을 질 수 있겠지만, 이미 뱉어놓은 말 그 자체만을 가지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사고작용을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나 글을 뱉을 때는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쉽사리' 내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 아마도 말이 가지는 일회성 때문일 것이다. 내가 쉴새없이 뱉어내는 수많은 말들 중 대부분은, 아마 입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나와 당신 모두로부터 잊혀질 것이다. 그와 반대로 글쓰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나는 글을 통해 나의 일부에 대한 흔적이 명확히 남는 그 사실을 두려워 하고 있으며, 그 글을 통해 사람들이 나조차도 모르는 내 자신들을 읽어낼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게다가 그런 내 부분들에 대해 나는 당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 어쩌면 나는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젠 더 이상 내가 당신에게 해 줄 말은 바닥이 났다. 다만 난 당신에게 내 초라한 바닥을 보이지 않기 위해 침묵을 지킬 뿐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아니 오히려, 침묵을 지키면 지킬수록,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목마름은 더해가고 있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써야만 한다는 생각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생각에 성실하지는 않더라도 언제나 '좀 더 나은 결과'를 갈구한다. 결국, 말을 뱉고 글을 쓰는 행위보다 침묵을 지키는 행위가 나에게는 더욱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나는, 언젠가는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침묵 나흘째. 침묵을 고수하는 주기가 길어질 수록 가슴은 바짝바짝 타 들어간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7/01/08 17:45 2007/01/08 17:45
old diaries l 2007/01/08 17:45

학교에서 봉사장학생 업무를 보기 위해 일주일에 열시간씩 앉아 있는 그 자리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아서, 도저히 내가 있을 곳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만큼은 되도록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쩌다 내가 받아야 할 전화를 다른 사람이 대신 받아주거나 내가 자리를 잠시 비울동안 찾아온 사람에게 담당자가 자리에 없노라고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말해주는 수고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이혜경의 단편을 읽기 시작했을 때, 비록 늦은 시간이었지만 출근을 위해 서두른 탓에 미처 채우지 못한 배가 계속해서 신경을 긁었다. 결국 난 옆 사람에게 잠시 내 자리를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 "잠시 매점에 좀 다녀올게요."라고 간단히 일러두면 되는 일이었지만.

아무튼 이혜경의 글을 읽기 위해서는 그것이 언제건, 일단 뭐라도 먹어야했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에 반응하는 것 처럼 - 이러한 습관을 자각하게 된 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지만, 생각해보면 그 습관은 고등학교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읽었던 이혜경의 글, '길 위의 집'에서 작가는 후기에 간식거리가 아닌 일용할 양식을 위해 떡을 사는 자신을 꿰뚫어보고 아무렇지 않게 떡을 뭉텅이로 떼어주던 시장 아주머니를 추억하고 있었고, 얼마 전 수상한 동인문학상의 시상식에서도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글쓰는 힘을 주는 밥먹기에 대해 말했다. 이혜경의 작품에 대해 생각할 때면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보얀 백설기를 먼저 떠올리는 것 처럼 어쩌면 이혜경의 후기나 수상소감은 작품 그 자체보다 내 기억 깊숙히 남아 있고, 살기 위해서, 글을 쓰기 위해서 먹는 것 하나에까지 힘을 들이는 사람 - 그런 사람의 글을 불규칙한 식습관 덕에 텅 비어버린 위장을 가지고 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런 습관이 생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면 이혜경의 글 역시나 하루 하루의 밥먹기와 닮지 않았는가, 특출날 것 없는 밥과 반찬을 열심히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우리인 것 처럼, 가족이라고 이름 지어진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살기 위해 서로 부대끼면서 그 미묘한 일상의 변주를 견뎌내는 것,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모든 경험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것 또한 우리의 일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덧붙이면서.

덧. 이혜경의 동인문학상 수상 관련기사
http://www.chosun.com/culture/news/200611/200611040011.html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6/11/13 14:38 2006/11/13 14:38
book reviews l 2006/11/13 14:38
1 

카테고리

전체 (287)
daily life (171)
information (4)
liking (75)
relaxation (6)
book reviews (13)
hangle class (1)
festival (7)
fictions (2)
old diaries (8)
see all (0)

달력

«   2010/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get rsstistory!lazylog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