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3/07 딸기를 사 주세요 (8)
  2. 2006/11/06 가족 (10)
육교가 끝나는 즈음, 횡단보도 어귀에서 딸기 파는 노점을 본 것은 소주 몇잔에 얼근하게 취한 채 하릴없이 걸어가던 며칠 전의 밤이었다. 입간판까지 세워둔 것을 보아하니 하루이틀 장사하다 판을 접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무튼 그 노점을 본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바구니 위에 얹어놓은 큼직큼직한 딸기알들이 닦아놓은 것처럼 반지르르하고 탱글탱글하니 탐스러워 보이고 뭐 이런건 아니었지만 슬슬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속이 조금씩 타는 통에 저거라도 한 바구니 사 가지고 들어가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얼핏 하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파란불이 반짝, 켜지고 여전히 딸기를 살까, 말까, 살까, 말까를 고민하며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을 걷는데 뜬금없이 가족들 생각이 난다. 술자리에서 많은 이들은 나의 안부와 함께 가족의 안부를 물었고 특히나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고 올해 고3이 되는 동생의 안부를 물었다. 당시 그 자리에서는 마치 시험 답안 읽어내리듯 모두 잘 지내고 계세요,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제가 잘 해야죠 뭐, 라는 식의 대답을 정신없이 주워섬겼지만 정작 나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서울 물가가 뉴욕을 능가한다는 신문기사가 아침나절 지하철에 깔리는 무가지에까지 버젓이 오르내리는 세상에서 나는 단지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고 특출날 일도 없는 심심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에 남겠다고 부득부득 우겼고 은근히 대구에 내려오기를 바라는 가족의 마음을 외면한 채 고향을 등지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나를, 나의 그 옹졸한 마음을 술자리의 그들이, 바닥이 뻔히 보이는 말간 술잔이 꿰뚫어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노점의 빨간 딸기알이 나를 책망하는 듯 했다. 나는 귓등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딸기알의 시선을 외면한 채 서둘러 길을 건넜다.

며칠 후 칼칼한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리던 어느 저녁 그 횡단보도에 다시 가 보았다. 날씨 때문인지 그 곳에는 빨간 딸기도, 노점도 없었다. 갑자기 목이 말랐다. 딸기나 한 바구니 사서 들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딸기는 그 곳에 없었다.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의 다음날에도 노점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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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7 11:12 2007/03/07 11:12
daily life l 2007/03/07 11:12
주말 내내 대구에 있었다. 일요일 즈음에는 무척 아팠다. 기차시간도 놓치고 - 월요일 새벽에서야 서울로 부랴부랴 올라올 수 있었다 - 끙끙 앓고 있는 내 옆에서 엄마는 내가 아픔에 지쳐 잠이 들 때까지 등을 쓸어주셨다. 니가 몇년동안 객지생활을 하드만 몸이 무지하게 허해졌나보다. 아이고, 우리 딸내미 우짜면 좋노. 나이 스물이 넘어서 엄마 안마 한 번 시원하게 못 해드리는 주제에 오히려 간병을 받고 있다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가족들 가까이 있는 곳에서 아플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이래저래 복잡한 생각에 엄마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정작 하고싶은 말은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고 '엄마, 엄마..'하며 눈물만 펑펑 흘렸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나는 지난날의 철없던 행동들이 떠올라 얼굴이 빨개지는데, 가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잘 한 일만을 기억하거나 그렇지 않은 것을 미화시켜 기억하는 모양이다. 온 몸을 찌르는 듯한 아픔에 몸부림 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가족들은 늘 그렇게 나를 바라봐주니까. 그렇게 위안을 받는다는 사실에 반쯤은 안도를, 하지만 그것이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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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6 13:47 2006/11/06 13:47
daily life l 2006/11/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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