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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30 공상 (4)
가끔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피곤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멍하니 앉아서 말도 안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머리속 가득 떠올리는 것을 즐긴다. 예를 들어서 사람이 자신의 고통을 / 그리고 남의 고통을 직시하는 것에서 휴머니즘의 작은 불씨를 볼 수 있을까, 이 거대한 세계의 시스템 안에서 나라는 작고 하찮은 한 존재의 일상이 얼마만큼의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제약을 받는 것일까, 생사번뇌를 모두 해탈하고 나면 과연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 따위, 그야말로 空想이다. 그러다 오늘은 문득, 나의 삶과 타인의 삶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계기는 CSI NY의 맥반장. 그는 9/11 당시 사망한 아내를 떠올리는 모든 물건을 버렸지만, 아내가 죽기 전 바람을 불어넣은 비치볼만은 차마 버리지 못한다.

결국 현대과학은 이 모든것의 시작을 속시원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현대과학은 지구상에 있는 물질, 아니 이 우주공간 안에 있는 모든 물질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 다만 그 형태와 성질을 바꿀 뿐이다. COSMOS의 저자 칼 세이건은 따라서, 인간은 모두 '우주의 아이'라 이야기한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도 결국에는 우주의 생성 - 별의 폭발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혹 한 사람이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더라도 그의 몸의 아주 일부분은 우리가 사용하는 연필에, 머그컵에, 휴대폰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공기중을 떠돌아다니는 그 일부를 이미 우리가 들이마셔버렸거나 이미 내 몸의 세포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삶은 다른 어떤 누군가의 삶과 절대로, 전혀 무관하지 않다. 아니, 나아가서 이 세상 만물에게는 모두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고 서로에 대한 관계가 성립한다 - 설사 그것이 이미 오래 전 생명을 다한 것이라 할 지라도. 그래서 헤밍웨이는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서 울린다'고 말하고 불교에서는 '만물이 곧 하나'라고 가르치는 것일게다.

어쨌든, 이 이야기를 해주면 맥반장은,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비치볼의 바람을 빼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죽던날 밤 나를 위해 축배를 들어달라고 했다던 피카소가 생각난다.

Wings - Picasso's Last words(Drink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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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0 00:06 2006/10/30 00:06
daily life l 2006/10/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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