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15일 오전 9시 51분
한글 수업을 하고 나오는 길목에, 성희언니가 보낸 편지 한 장이 알림판에 붙여져 있었다. 성희언니는 지금 호주에 가 있다. 그냥 어학연수를 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일도 하면서 연수를 하는 모양이다.
같은 남부교육센터 강학일 뿐 아니라 같은 반 선배이기도 한 성희언니는, 혹자의 말에 따르면 '너무 머리가 좋아 세상 모든 걱정을 그러모으는 사람'이다. 그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머리가 조금만 좋으면 자기 앞가림만 해도 되는데 말야. 그 사람은 머리가 너무 좋아. 그래서 자기 걱정만도 모자라 남 걱정까지 사서 하지. 그 말을 듣고보니 정말로 성희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걱정이 아예 없어지면야 가장 좋겠지만 만약에 걱정이란게 꼭 있어야만 하는거라면 언니는 이제 그만 언니 걱정만 좀 했으면 좋겠다.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언니는 지금 온전히 자기 생각만, 자기 걱정만 하고 있게 되었을까. 어쨌든 멀리서 보내 온 짤막한 엽서 한 장을 읽고 나서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하였다.
한글 수업을 하고 나오는 길목에, 성희언니가 보낸 편지 한 장이 알림판에 붙여져 있었다. 성희언니는 지금 호주에 가 있다. 그냥 어학연수를 하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일도 하면서 연수를 하는 모양이다.
같은 남부교육센터 강학일 뿐 아니라 같은 반 선배이기도 한 성희언니는, 혹자의 말에 따르면 '너무 머리가 좋아 세상 모든 걱정을 그러모으는 사람'이다. 그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머리가 조금만 좋으면 자기 앞가림만 해도 되는데 말야. 그 사람은 머리가 너무 좋아. 그래서 자기 걱정만도 모자라 남 걱정까지 사서 하지. 그 말을 듣고보니 정말로 성희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걱정이 아예 없어지면야 가장 좋겠지만 만약에 걱정이란게 꼭 있어야만 하는거라면 언니는 이제 그만 언니 걱정만 좀 했으면 좋겠다.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언니는 지금 온전히 자기 생각만, 자기 걱정만 하고 있게 되었을까. 어쨌든 멀리서 보내 온 짤막한 엽서 한 장을 읽고 나서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하였다.
남부 사람들에게!
후원인 소식(e-mail로)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매일 수업과, 새로운 사람이 드나들고, 새 학기 준비로 달력이 빡빡할 만큼 많은 회의와 일들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구나 - 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양털을 깎으러 간다며 법썩을 떨던 저는, 지금 호주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유명관광지'(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에 나와 유명한) 에어즈록으로 가는 길목의 휴게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원주민들한테 술팔고 치킨팔고, 관광객들한테 샌드위치 팔고, 밤에는 근처 카우보이들이랑 술마시면서 재미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갈때까지 양털깎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오늘은 쉬는 날이라, 우연히 묘한 인연으로 얻은 소주 한 팩을 놓고 너구리를 끓여 숟갈을 꽂아놓고 같이 일하는 그리스 아저씨한테 '우리'는 이렇게 숟갈 꽂아놓고 밤새마신다고, 갈비탕 곱창 삼겹살.. 그리고 매일 한 방에 앉아 정신놓을때까지 마셨던 이야기를 하니 - 매일 이웃들과 파티가 끊이지 않는 예전의 그리스와 똑같다며, 그런 '너네'는 아직 살만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우리'들이 생각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뒤늦게 엽서 한장 보냅니다.
후원인 소식(e-mail로)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매일 수업과, 새로운 사람이 드나들고, 새 학기 준비로 달력이 빡빡할 만큼 많은 회의와 일들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구나 - 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양털을 깎으러 간다며 법썩을 떨던 저는, 지금 호주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유명관광지'(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에 나와 유명한) 에어즈록으로 가는 길목의 휴게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원주민들한테 술팔고 치킨팔고, 관광객들한테 샌드위치 팔고, 밤에는 근처 카우보이들이랑 술마시면서 재미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갈때까지 양털깎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오늘은 쉬는 날이라, 우연히 묘한 인연으로 얻은 소주 한 팩을 놓고 너구리를 끓여 숟갈을 꽂아놓고 같이 일하는 그리스 아저씨한테 '우리'는 이렇게 숟갈 꽂아놓고 밤새마신다고, 갈비탕 곱창 삼겹살.. 그리고 매일 한 방에 앉아 정신놓을때까지 마셨던 이야기를 하니 - 매일 이웃들과 파티가 끊이지 않는 예전의 그리스와 똑같다며, 그런 '너네'는 아직 살만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우리'들이 생각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뒤늦게 엽서 한장 보냅니다.
이번학기, 길었다면 길었을 호주생활을 마치고 성희언니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얀 피부가 조금은 검어지고 턱선 언저리에서 찰랑거리던 머리도 짧아져 있었다. 그리고 이번학기면 졸업을 한다고 했다. 입학할 때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던 사람이 한동안 내 곁에서 사라졌다가, 뭔가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 다시금 나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참으로-묘한-기분이었다.
하지만 피부색이 달라지고 머리 길이가 짧아졌다고 해서 사람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오늘 또 학교를 오가다 만난 언니는 나에게 남부교육센터에서 강학활동을 했던 사람들끼리 동문회를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아주 조금이라도 센터에 도움이 되는 데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했다. 무언가, 조금이라도 함께 했던 나날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인연은 계속되고 사람과의 끈도 계속 이어지고, 우리는 그렇게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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