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원한 집 앞 치과의 (내 고등학교 동창과 꼭 닮은) 젊은 의사는 내 어금니 주위를 이리 저리 살펴보고 찔러도 보고 눌러도 보고 흔들어도 보더니 어금니가 깨졌네요, 일단 신경치료 받으시고 이빨을 씌우셔야겠어요, 라고 대수롭잖게 말했다, 만, 그것은 이때까지 충치도 하나 없었고 단지 치과에 가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젖니를 갈 때도 늘 혼자서 흔들리는 이를 뽑아버리곤 했던 나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종의 '선고'였다. 그리고 당혹스러워하는 내가 뭔가의 사리판단을 하기도 전에 치료는 행해졌다. 마취를 하고, 이를 갈아내고, 사진을 찍고, 아직도 얼얼한 볼을 부여잡고 다음 치료의 예약을 잡았다. 이런 치료가 몇 번 더 이루어졌고, 이제는 치과에도 좀 익숙해진 탓인지 얼굴 위로 쏟아지는 불빛과 윙윙 거리는 조그마한 회전톱날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의자에서 꼬박꼬박 졸게도 되었고, 매 번 치료때 마다 나가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조금은 무덤덤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이미 여러번의 치료로 반토막이 나 버린 어금니에 금을 씌우게 된것이다.
2008년의 마지막에 한 일이 새 이를 씌우는 것이라니, 그것도 20여년 만에 간 치과에서, 몇 주 전 까지만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사람에게 무방비 상태로 내 시커먼 입 속을 내 보이고 누워 있는 자신을 어디 상상이나 했던가. 그런 와중에도 치료하는 내내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는 내 어금니 사진을 보면서, 그리고 지금쯤 교토 5번 버스가 다니는 길목의 노자키 정형외과 어느 한 구석에 보관되어 있을 내 무릎 엑스레이 사진들을 떠올리면서 올 한해도 이 세상에 여러 가지 기록, 내 흔적들을 남겼구나, 특히 치아 사진을 찍다니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신원 확인에는 별 어려움은 없겠다,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이렇게 몇 장의 엑스레이 사진으로 남은 내 2008년의 시간들. 그리고 이제는 벌써 2009년, 스물 다섯이 되는 해다. 올 한해는 좀 더 생산적인 것들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또한 따뜻하게 굽어 살피는 눈으로 '모든 살아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러니까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네이버 메인에 잔디언니 얼굴이 떠서 놀랐다. 2009년 1월 1주 네이버 이주의 국내앨범에 선정된 브로콜리 너마저, 축하해요!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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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입, 귀... 얼굴도 칼 안 댄 곳이 없는 인조인간인지라 저한테는 익숙한 풍경이네요. ^^
2009/01/06 12:56신년 벽두부터 브로콜리 너마저가 네이버 메인에 떠서 대학동기들이 자꾸 물어보고 파일 보내달라고(ㅡㅡ;) 하네요. 어쨌든 본론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 지난 한 해 '장기하와 얼굴들'의 약진이 무척이나 놀라웠더랬죠. 아무튼 네에, 새해 인사 감사합니다. suksim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