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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23 나에게 집회를, 장사를 허하라

지하철 1호선 개봉역앞 간이슈퍼에서 잠시 허기진 배를 달래는데 그날따라 그 앞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누군가가 마이크와 앰프를 이용해 무슨 말을 열심히 하는데 유심히 들어보니, 그리고 그쪽에서 나누어준 유인물을 받아보니 역 앞에서 몇 시간째 이야기하고 있는 그들은 한미 FTA를 저지하고자 하는 민주노동당 당원들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역 앞에서 자신들이 뜻한 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효율적인 방안인 것임은 틀림 없다. 그러나 개봉역 앞에는 그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자그마한 노점상들 역시 몰려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마이크와 앰프를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동안, 역 앞 좌판의 주인들 역시 목이 터져라 호객행위를 하였다. 이런 상황이면 좌판을 경영하시는 분들이 민노당을 싫어할 만도 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중 한 사람이 손님들에게 "이래서 나는 열린우리당보다 민노당이 더 싫어, 아주 시끄러워 더 싫다니까."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일한다는 민노당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작년 서울대학교에서도 있었다. 황라열 전 학생회장이 본부와 중앙도서관 사이의 공간 -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는 '아크로'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 에서 집회를 금지시킨 것이다. 당시에는 소위 말하는 '운동권'들의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는 말도 있었고 실제로 그 일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들이 한동안 끊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황 전 학생회장의 이같은 방침은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49대 학생회의 조기 퇴진으로 아크로를 사용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중앙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 사이에 어떤 의미 있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단순히 '일반 학우'들의 '운동권'에 대한 이유 없는 반감만 증폭시킨 상태에서 이 일은 흐지부지되었다.

외국에서 살아보질 않아 다른 나라에서는 집회나 확성기 등을 이용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행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허나, 한국에서는 그러한 행위들에 곱지 않은 시선들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고 여기에서 비롯된 반감은 그 활동 자체에 대한 맹목적인 반감과도 통하는 것 같다. 나는 민노당의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노점상들이 장사할 권리도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회를 할 수 있는 권리도, 조용한 곳에서 공부할 수 있는 권리도 모두 중요하다. 여러모로 두 개의 서로 다른 가치가 상충하는 상황에서의 윈-윈 전략이 아쉬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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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12:00 2007/03/23 12:00
daily life l 2007/03/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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