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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02 거울이 말했다 (8)

거울을 깨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라는데, 지난번 이사를 할 때 거울을 한 번 깨 먹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이사때는 특별히 신경써서 짐을 싸기로 했다. 하긴, 거울이 깨지나 안 깨지나 기숙사 전체가 들썩거리는 그 어수선함은 여전하다. 음악을 좀 듣다가 먼지 투성이인 짐들을 닦아넣고 드라마를 보다가 쌓아놓은 책의 산을 무너뜨리며 역시나 짐 싸다 - 놀다 - 짐싸다 - 놀다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데 창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짐을 실은 차들의 행렬이 줄줄 이어지다보니 주차와 관련해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시비가 붙은 사람들은 단박에 차에서 내려 삿대질을 하고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서로의 기를 꺾어놓고자 애를 썼다. 아니 이 새끼가, 내가 아까도 이 차 빼 달라고 했어 안 했어. 못 들었다 이 새끼야. 그리고 어디서 큰 소리야? 씨x. 기숙사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소리에 질려버린 나는 대체 어떤 사람들이 기숙사 앞에서 주저하는 기색도 없이 저런 소리들을 하나 싶어 슬쩍, 아니 슬쩍이 아니라 책상 위에 올라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와이셔츠를 풀어헤친 아저씨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저씨, 그리고 그 일대를 둘러싼 몇 명의 가족들. 허나 정말로 이상한 것은 그 가족들 중 누구도 이 소요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듯 했고 적극적으로 말리려는 듯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그곳은 정말로 한 쪽이 나머지 한 쪽을 압도적으로 깔아 뭉개기를 바라 마지 않는 눈빛들이 어지러이 엇갈리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일종의 전장이었다. 허어- 그러니까 이 상황은 뭐랄까, 타인에겐 엄격하고 자신과 가족들에겐 너그러운 이들의 전형이랄까, 역시 나는 저런 사람들이 너무 싫다니까. 하고 고개를 돌리자니 책상 위에는 아까 닦다 만 거울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 있었고 그 속에 벙찐 표정의 낯선 이가 하나 들어앉아 있었다. 그래, 그러니까, 거울아 거울아, 너는 누가 제일 싫으냐, 혹시 나라고 대답하는 것은 아니겠지, 응? 하고 넌지시 물으니 그 때, 거울이, 말했다.


3호선 버터플라이 - 거울아 거울아

거울이 말하기를 잘못 살았다니
수북한 낙화의 길가를 비추는
절망을 비추는 못된 거울아
아하 한번만 딱 한번이라도

아직은 우리 오로지 바닥의 비
하지만 나는 그렇게 기다렸어
아직은 그래 기어이 눈물이지만
잊을 수 없어 말해봐 피곤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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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2 11:26 2007/03/02 11:26
daily life l 2007/03/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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