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읽은 만화책에서는 버스를 타면 꿈의 세계로 갈 수 있었다. 그 꿈의 세계에 발을 딛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있었던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지만 까짓거 기억따위, 개나 줘 버리라지, 하는 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엘 탔다(하긴 요즘은 자꾸 뭔가를 깜박깜박 하는 것이, 이미 누군가가 내 기억을 선불로 받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창 밖으로 간만의 봄볕을 쬐며, 진심으로 이 버스가 나를 꿈의 세계로, 세상의 끝으로, 이도 저도 안 된다면 어딘가 아무데라도 좋으니 내가 숨을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줬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토요일, 오후, 봄날. 그리고 나는 그 버스 안에서 그만 깜빡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깨어보니 이미 내려야 할 곳은 한참 지나쳤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다시 학교로 들어왔다.
요즘은 비교적 잠을 잘 자는데도 버스에서 졸아버린건 왜일까, 곱씹어보니 아마도 진이 빠져서였던 것 같다. 올해 고1이 된 동생녀석이 머리털 나고 처음 친 모의고사에서 전과목 반타작이라는 사상 초유의 점수를 받아와 엄마는 식음을 전폐하고 몸져 누웠다. 나는 갑자기 시작된 생리에 생리통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과외하는 학생녀석의 시험이 내일 모레로 다가온지라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조는 녀석을 깨워가며 수업을 하고는 목이 잠겼다. 사실 동생을 탓할 자격도 학생을 혼낼 주제도 못 되는 것이 나도 발제며 이론 수업이 코앞으로 닥쳤지만 오늘은 도저히 책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연구실에서 빈둥대다 온 터다. 그래놓고 집에 와서는 또 잠이 안 온다며 신세한탄을 늘어놓고 있다. 아, 그러고보니 다음주에는 집담회와 회식도 있군. 계산해 보니 또 이론 리딩 할 시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내 인생에서는 뭔가 분명히 잘못된 게 있다니까. 제발 누가 나를 꿈의 세계로, 세상의 끝으로 데려다 줬으면 좋겠다. 이도 저도 안 된다면 내가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아니면 세상살이가 조금만 더 만만한 곳으로라도.
daily life l 2010/04/25 01:15
요즘은 비교적 잠을 잘 자는데도 버스에서 졸아버린건 왜일까, 곱씹어보니 아마도 진이 빠져서였던 것 같다. 올해 고1이 된 동생녀석이 머리털 나고 처음 친 모의고사에서 전과목 반타작이라는 사상 초유의 점수를 받아와 엄마는 식음을 전폐하고 몸져 누웠다. 나는 갑자기 시작된 생리에 생리통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과외하는 학생녀석의 시험이 내일 모레로 다가온지라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조는 녀석을 깨워가며 수업을 하고는 목이 잠겼다. 사실 동생을 탓할 자격도 학생을 혼낼 주제도 못 되는 것이 나도 발제며 이론 수업이 코앞으로 닥쳤지만 오늘은 도저히 책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연구실에서 빈둥대다 온 터다. 그래놓고 집에 와서는 또 잠이 안 온다며 신세한탄을 늘어놓고 있다. 아, 그러고보니 다음주에는 집담회와 회식도 있군. 계산해 보니 또 이론 리딩 할 시간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진심으로, 내 인생에서는 뭔가 분명히 잘못된 게 있다니까. 제발 누가 나를 꿈의 세계로, 세상의 끝으로 데려다 줬으면 좋겠다. 이도 저도 안 된다면 내가 숨을 수 있는 곳으로, 아니면 세상살이가 조금만 더 만만한 곳으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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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9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