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나름 고민이 많다는 친구에게, 새벽 세 시에, 맨 정신으로라면, 벌건 대낮이라면 죽어도 못 보낼 장문의 문자를 보냈더랬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너는 참 좋은 사람이고 늘 멋진 사람이다, 라고. 자꾸 고민하게 된다면 차라리 끝까지 고민해 봐, 라고. 나는 고민의 힘을 믿으니까, 하나의 고민이 지나가고 나면 그 고민의 끝이 어떠한 결론으로 가게 될 지라도 분명히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나는 고민하는 너의 모습이 싫지 않고, 오히려 고민하는 모습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니까, 니가 어떠한 결론에 다다르게 되든지 간에 나는 너를 응원할거야, 우리의 삶은 언제나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라고.
그런데 실은, 이 친구에게 해 준 말 모두 지금 당장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다 - 그 친구한테는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게 몹시 부끄러워 어쩌면 옆집 벽이 뚫릴 정도로 자다가 하이킥을 해 댈지도 모르니 읽는 즉시 삭제 해 버리거나 어딘가 깊숙한 곳에 파묻어버리라고 이야기했지만 - 그렇기 때문에 뻔뻔함을 무릅쓰고 이렇게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위장병이 생긴듯 하다. 안 그래도 수업 전날에는 스트레스때문에 단 음식이나 빵이 엄청 땡기는데, 점심때 먹은 샌드위치며 파이들이 아직도 제때 소화되지 못했는지 아직도 더부룩하다. 하긴, 밥만 먹어도 거북한데. 이제 한동안 내 인생에서 밀가루음식과 설탕은 안녕이구나 -오후 10시 20분
떠나고 싶다. 그래서 일본에서 찍은 사진들을 아이팟에 넣어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 본다. 일본이란 땅에 대해서는 향수병이라고 해도 좋을 만치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일본이란 국가 자체에 대한 애정이 아님을 나는 안다. 나는 그냥 도망치고 싶은 것 뿐이다. 오전 2시 40분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한일 양국 학자들의 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논의가 펼쳐진 것은 역시 역사를 둘러싼 부분이었다. 어느 쪽도 쉽사리 양보할 수는 없는 상황, 그 회의를 모두 지켜보시던 선생님께서는 마무리로 말씀하셨다. '신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아야 한다고, 과거 없는 미래도, 미래가 없는 과거도 모두 '신시대'가 될 수는 없다고. 회의가 무사히 끝난 다음 날, 학자들은 광주의 5.18 민주 국립묘지를 찾았다. 묘지라는 곳이 묘하게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가 있죠, 하셨던 것을 기억하며 걷고 있는데 어느 묘비의 비문 끄트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영원한 미래에서 만나자'. 과거에 세상을 떠난 이가 미래에 다가올 이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묘지는 옛날부터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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