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좀 소심한 사람이다. 그러한 성격 탓에 남 앞에서 한 번도, 정말로 싫은 것을 싫다고 똑 부러지게 말해보지 못했다.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것들은 사실 내가 싫어하면 안 되는 것들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중간 정도로 싫어하는 것들만 싫어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다시 말하면 좀 만만한 것들, 내가 싫어해도 괜찮은 것들만 골라서 싫어한다는 거다. 그래, 내가 좀 쫌스럽고 치사해서 원래 강자엔 약하고 약자엔 강하다.

게다가 사실 나는, 남들이 알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눈치 빠르고 영악한 사람이다. 그런 탓에, 거짓말도 그럭저럭 잘 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 앞에서 나는 눈치가 좀 없는 척, 덜 영악하고 가끔은 엉뚱한 척, 그리고 솔직한 척 하기를 좋아한다. 그 편이 훨씬 더 남에겐 괜찮게 보이고 나에겐 남는 게 많다는 것을, 눈치 빠르고 영악하며 거짓말 잘 하는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이런 나에게 속지 마시라 - 나는 아마 그대 앞에서 근사하고 그럴듯한 거짓말을 주워섬기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내 앞에서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항상 명심하고 또 명심하며 또한 경계하라.

하지만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것 한 가지는 - 사실 내가 미련하고 멍청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빈틈없어 보이는 논리에 허를 찔리는 경우도 부지기수, 완벽하게 감추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간파당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부지기수다. 그러고보니 불현듯, 내가 대단한 비밀인양 이야기한 위의 것들을 그대들이 이미 알고 있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내 생각을 덮쳐온다.

덧> 미련하고 멍청한 덕분에 며칠째 입 안에 생긴 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조그만한 생채기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새끼손톱 반만큼 자라 내 식생활과 언어생활을 위협하고 있다(이럴 때 마다 엄마는 일부러 매운 걸 많이 먹어야 빨리 낫는다고 강조하곤 했다 - 그래서 나는 입 안에 염증이 생길 때 마다 가오리찜을 생각한다) 옛날같으면 금방 나아버렸을 상처도 요즘엔 쉽게 헐어버리는 데, 시험 끝나고 건강관리 좀 해야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6/12/05 02:30 2006/12/05 02:30
daily life l 2006/12/05 02:30
TAG

TRACKBACK :: http://nautes03.com/tt/trackback/4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a1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약자임이 판명됐군요. 염증은 얼른 나으시지요.

    2006/12/05 14:01
    • 飛정상 2006/12/06 0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지만 사실 소근씨 좀 많이 무섭죠. 염증은 어제보다 더 커졌습니다 ㅠ_ㅠ

    • sa1t 2006/12/06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학교안에 약타올 수 있지 않아요?흠..약 싫어하시려나.
      근데 제가 무섭다는 거에요?잘만 놀리시면서...

    • 飛정상 2006/12/06 2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약국이 있어서 약을 살 수는 있는데 별로 약을 바르고 싶진 않아요. 아.. 근데 크기가 좀 심하게 커지긴 했어요.
      그리고 소근씨는 원래 무서웠어요.

  2. 동치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세상에 강자는 없어져요 -_-;
    저 또한 상당히 우유부단해 보이고, 싫은거 싫다 못하고,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답니다.
    남들도 거짓말하고, 남들도 나를 속인다는거.~
    이런것들에 너무 속박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지금 하는 것들 전부 남들도 하니까.

    현실은 나 혼자 너무 진솔하면, 나만 피해를 입는 사회가 되었답니다.
    무슨 일이든 적당히..... 적당히... <- 이 말참 싫지만, 어쩔수 없겠지요?
    적당힌 인생이 편안한 삶 이래요.~

    하지만! 건강은 우리의 최대 재산이라는거~

    2006/12/05 22:08
  3. 가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스스로 창피하다고, 약점이라고 느끼는 것을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해버릴까봐 스스로 선수를 쳐버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다른 사람이 나에게 들어올 공간이 없어져버린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매번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슬픈 영혼이었는데--;; 이제 제 자신을 좀 인정할 수 있게 되었네요. 재수없어도 제 성격인데 어쩌겠어요...

    2006/12/06 00:42
    • 飛정상 2006/12/06 0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전히 인간관계에 몹시 서투릅니다. 그래서, 외롭다고 느끼면서도 혼자 있는게 좋아요. 혼자 있으면 성격가지고 고민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아아, 이것도 제 성격인데 어쩌겠어요.

  4. 현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응. 관리 좀 하세요. 몸이 튼튼해야 뭐든지 잘 할 수 있죠. ^^

    2006/12/06 14:20
    • 飛정상 2006/12/06 2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친구와 방학동안 요가를 해 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이 얼마나 갈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흐흣.

  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되겠다. 얼른 엄마보고싶은 사람들끼리 몸보신하러가자. (결의)

    2006/12/06 18:53
[로그인][오픈아이디란?]

1  ... 238 239 240 241 242 243 244 245 246  ... 282 

카테고리

전체 (282)
daily life (166)
information (4)
liking (75)
relaxation (6)
book reviews (13)
hangle class (1)
festival (7)
fictions (2)
old diaries (8)
see all (0)

달력

«   2010/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get rsstistory!lazylog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