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간만에 홍대 나들이를 했더랬다. 뻥을 조금 보태어 나는 백만년 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공연한 도반, 아니 이제는 '생각의 여름'이란 이름을 쓰고 음반까지 낸 친구의 셈에 의하면 내가 홍대에 찾아온 것이 3년 만이라 했다. 그 3년이란 시간동안 '홍대'라는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공간 속에서 차지하게 된 위상, 이라는 것이 적잖이 달라졌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이 생각의 여름(이 메이저 유통망에서 팔리는 음반을 내고 무려 방송출연까지 한다는 사실)을 통해 느끼기 때문인지 사실은 조금 겁이 났더랬다. 적어도 3년 전 홍대라는 곳은 나에게 일종의 도피처, 혹은 남들에게 잘난척을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같은 거였는데 이젠 더 이상 그 곳에 기대어 응석을 부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 아니 심지어 넌 이 곳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선언을 들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긴, 3년 전에도 나는 완전히 홍대에 흡수되거나 아예 홍대로부터 달아나거나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경계에서 어물어물하고 있다가 더더욱 멀리로 가버렸더랬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제 본 홍대는 자의식 과잉인 사람들이 넘치고 넘쳐 주체를 못하는 그 곳, 3년 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평소 나의 방황이 다름 아닌 자의식 과잉 때문이라는 진단을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받고 있던 터라 만일 내가 하고자 한다면 이 곳에서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내 한몸을 숨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더 이상 그들이 던지는 농담에 실없는 웃음조차도 지을 수 없는 자신을 보며 나는 또 한번의 경계의식 같은 걸 느꼈다. 차라리 나의 자의식이 과하다면 차라리 그래, 까짓 성공을 하든 말든 일단은 내 자신 깊숙한 곳을 향해 침잠하여 제 잘난 맛에 예술의 길이라도 걸을텐데 나는 또 그러기엔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고를 하며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하는 말이다. 허, 참, 내가 생각해도 나란 사람은 참 지랄맞게 까다롭기 그지없다. 주변 이들이 두 손 두 발 다 드는 게 이해가 갈 정도로.
여하튼, 오랜만의 홍대는 욕지기가 나올 만큼 무척이나 추웠고 오랜만에 본 노래를 부르는 도반, 아니 생각의 여름(및 동아리 친구들)은 여전하여 개도 안 줏어갈 농담 따위를 던지며 실실거리던 모습이 - 실은 한국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묘하게 진지한 품평회가 - 그저 편하고 즐거웠다. 그래서 끊임없이 내가 있을 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내가 하마터면 그래, 내 한 몸 누일 곳은 바로 이 곳이로다, 하고 착각할 뻔 했다. 그러나 아니, 여기는 아니다. 나는 더 가야하고 더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비롯 탕자가 되어 더 이상 이 곳에 돌아오지 못할 지라도, 일단은 가 봐야지, 그 외에 별다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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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생각의 여름과 오소영의 공연은 이리도 저와 운이 맞지 않는지! 그나저나 예전에는 신입생 때 메아리에 가입할 껄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사회대에 갔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그 동아리에는 생각의 여름 뿐만 아니라, 브로콜리 너마저의 향기도 있잖아요!
2009/12/28 12:34그저 축하사에 들어오셨더라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하실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자원봉사도 해 주셨는데, 함께 더 많이 일하지 못한게 아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