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합격 소식 이후로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들도 있었지만 - 졸업논문도 결과야 어찌되었든 끝을 봤고, 또 일 관계로 제주도에도 다녀왔다. 정말로 '일'만 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은 것은 하얏트 호텔 뷔페의 황홀한 디저트들과 이중섭 미술관만 남았다 - 딱히 쓸 말이 없었던 것이다.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건 또 아니었으나 결국 끝까지 마무리를 하지는 못했다. 그 중에는 지금 생각해 보면 몇 개 괜찮은 글감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뭐였는지 기억하질 못하겠다는 거다. 예전같으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겠으나 지금은 또 이러다 언젠가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생각이 나듯이 번뜩 할 거고 그 때 다시 글을 쓰면 되겠지, 뭐 그것도 안된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라 나와 그 글감은 인연이 없는 것이겠거니 한다. 누에고치에서 실 뽑는 것 마냥 글이 술술 뽑히려면 사실 많이 읽고 느끼고 무엇보다 일단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닥치는 대로 많이 써 봐야 그 중에서 뭐 건질 건덕지가 있을텐데 도통 그러질 않고 있으니 이렇게 글이 뜸한 걸지도 모르겠다.

 튼, 너무 오래 글을 올리지 않는 것도 내 자신과 이 공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하여 우선은 이 짤막한 보고를 통하여 '의학적으로는 살아있음'을 알린다. '의학적으로'라는 사족을 붙인 것은 정말로 내 온 정신이 '살아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려운 까닭이다. 그 어려움의 표면적인 원인이야 뭐, 별다른 생산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겠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며칠 전 내가 존경하는 한 선생님으로부터 내 최대의 약점은 '속은 곪아 터지더라도 겉으로는 절대로 그런 척 내색을 안하고 모든 이들에게 완벽한 모습만을 보이려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충격을 받은 탓이기도 하겠다. 그런 모습을 용케도 찾아내어 보아 주실 만큼 내게 관심을 가지고 쭉 지켜봐 주신 것이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보일 만큼 계속해서 애를 써 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정작 내 자신은 잘 몰랐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타고난 천성이 이런 것을 두고 어찌 할 수야 있겠냐만은, 선생님 말씀대로 '99%의 사람에게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나쁘지 않지만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1%의 사람에게는 좀 더 솔직하고 약한 모습을 보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또 '애를 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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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5 06:06 2009/07/15 06:06
daily life l 2009/07/1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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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인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은 그렇게
    죽을때까지 끊임없이
    알아가고, 또 알아가면서
    성장하는거래

    2009/07/15 20:48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속은 곪아 터지더라도 겉으로는 절대로 그런 척 내색을 안하고 모든 이들에게 완벽한 모습만을 보이려 하는 것' 은 나도 포함해서 굉장히 많은 어른들에게 해당되는 말인 것 같아. 크게 마음쓰지 않아도 넌 충분히 균형잡힌 인간이라고 난 늘 느껴왔는데 - 그런데 저런 백마를 타고 온 초인같은 발언을 하신 분은 뉘신게야 ㅋㅋ

    2009/07/2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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