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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야마 슈이치로(사진 왼쪽). 어중간한 파마머리에 뿔테안경을 끼고 친구 J양의 표현을 빌자면 '이딴식의 개그센스'를 남발하는 그는 소부경찰서 시효관리과에 근무하는 경찰이다. 취미가 없으면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동료 경찰들의 말에 급기야 그는 취미를 발명, 혹은 발견해 내기에 이르는데 그것은 바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아 시효가 만료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다.

같은 경찰서 교통관리과에 근무하는 미카즈키 시즈카(사진 오른쪽). 조용하다(静かだ)는 뜻의 이름과는 정반대로 언제나 사고뭉치에 시끌벅적한 그는 키리야마를 남몰래(?) 좋아하며 오직 키리야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키리야마의 수사를 돕게 된다. 그리고 이 둘이 함께 수사를 해나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낸 드라마가 바로 '시효경찰', 그리고 시즌2 격인 '돌아온 시효경찰' 되겠다.

그런데, 주인공이 경찰인데다 사건수사가 드라마의 주 소재라고 해서 본격 추리물을 기대했다간 실망하기 십상이다. 스산한 눈빛과 어여쁜 엉덩이로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았던 연기파 미남배우 오다기리 죠를 기대했다간 역시나 대실망하고야 말 것이다. 사실 '시효경찰'은 일본 특유의 치고 빠지는 만담에 가깝고 그에 따라 주요 등장인물 또한 어딘가 2% 부족한 구석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경찰들이 15년동안 매달려도 풀리지 않았던 사건들이 단 며칠만의 취미수사로 단번에 해결된다는 건 별로 설득력있는, 진지한 설정이 아니다. 게다가 일본 코미디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과장된 설정과 뻔한 패턴들이 곳곳에 넘쳐나다보니 이야기의 개연성이 턱없이 부족한 에피소드가 태반이다. 아마도 이런 장르물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정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효경찰'은 일본에서도, 그리고 한국의 일본 드라마 팬들에게도 꽤 인기있는 드라마다. '시효경찰;의 밑도 끝도없는 개그는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며 기발하기까지 하다. 어딘가 맹하고 어리버리한데다, 실없는 농담따위에 엎어지고 자빠지는 오다기리 죠를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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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기리 죠를 싫어해서 일부러 이런 사진만 찾은게 아니다.
원래 이렇게 나온다. 아니, 이것보다 훨씬 더 얼빠진 모습으로 나온다.

무엇보다도 키리야마의 수사 대상이 되는 사건의 진범들은 살인과 같은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악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렇게 따진다면야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에 있겠냐만은, 그들은 이미 시효가 지난 사건을 취미라는 이유 하나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키리야마와 미카즈키를 뻔히 보고도 둘을 해코지하려 하지 않는다(책장을 넘길 때 마다 살벌하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김전일, 코난 류의 추리물과 비교되지 않는가). 오히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나서 진범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하기보다는 큰 짐을 덜어놓기라도 한 양 두 주인공 앞에서 담담히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는다. 이러한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시효경찰' 시즌1의 6화.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어린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리야마를 비롯한 소부 경찰서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순순히 자수를 한다. 이와 같은 착한(?) 범인들에 대해 키리야마는 시효경찰 시즌2, '돌아온 시효경찰'의 6화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전 어서 시효가 되길 바라는 범인 보다 왜 시효가 되는 거냐고 범인이 안달 내는 것 같은 사건이 좋아요. 시효가 된 사건은 죽은 사람 이 후의 이야기니까요. 죽은 사람은 죽은 후에 당시 사람들의 추억속에 산다고 하잖아요. 시효가 된 사건도 사람의 기억 속에 있는 한은 잊혀질 수 없는 거죠." 뭐, 여기서 추억이니 기억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보기에 멋있으라고 갖다붙인 말일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이 착한 범인들을 통해 드라마 '시효경찰'은 죄를 짓는 사람들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고, 누구나가 아차 하는 순간에 죄와 벌의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으며 형법상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죄를 짓는 그 순간 그들 역시 상처받고 그들의 일상은 쉽사리 파괴될 수 있음을 '착하고 웃긴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시효경찰을 두고 '안 진지하면서도 동시에 진지한 드라마'라 칭하는 것은 아마 이런 특징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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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상이 모두 밝혀지고 난 후, 진범에게 항상 건네는
'이 사건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この件は誰にも言いません)' 카드.
사건을 둘러싼 비밀을 보장하는 건 이 한장의 카드뿐임에도 불구하고
키리야마나 진범 모두는 그 사건이 여기서 마무리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lutie


이미 시효가 지난 사건이기 때문에 '취미'로 수사를 할 수 있었고, 착한 주인공과 착한 범인들 덕분에 모두가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재기발랄한 수사물 '시효경찰'은 2007년 1분기 총 9화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이제는 시효사건의 수사가 아닌 다른 취미를 찾아보겠다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던 시즌1과는 달리 '돌아온 시효경찰'의 마지막화에선 키리야마가 또 다른 시효사건을 수사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고 있어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키리야마와 미카즈키 콤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만 된다면야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다시 한 번 기꺼이 '시효경찰'을 열심히 시청할 것이다. 흉악한 범죄자를 보며 치를 떨지 않아도 되는 수사물을 찾기란 쉽지 않은데다 오다기리 죠의 귀여운 모습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키리야마를 향한 미카즈키의 일편단심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도 궁금하고.


- 비교해 보면 좋을 작품 : 미국드라마 '콜드케이스'. 미국에서는 강력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 까닭에 20년도 더 된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주인공 릴리 형사는 오늘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고 또 뛴다. 옛날 옛적부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이 릴리 형사가 발품 몇 번 팔면 척척 해결된다는 설정에 흥미를 잃는 (나같은) 사람도 있으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잃은 자의 뿌리깊은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며 드라마의 비장미를 더해주는 덕분에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켠이 묵직해지기도 한다.

- 함께 보면 좋을 작품 :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와 '인 더 풀'. 알고보니 같은 연출가의 작품인데다 '인 더 풀'에는 오다기리 죠를 비롯해 시효경찰/돌아온 시효경찰에 출연한 배우들이 대거 얼굴을 비춘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작년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 상영작, '인 더 풀'은 현재 종로 스폰지 하우스에서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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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0 00:00 2007/07/10 00:00
liking/tv dramas l 200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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