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몇편씩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 꾸준히 출간되는 것을 보니 모르긴 몰라도 한국에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 홍수를 이루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을 대할 때 마다 나는 스스로가 라틴 아메리카의 '이미지'에 매몰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 무척이나 불편하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유독 라틴 아메리카 소설만 히트를 치는 것도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같은 스페인어권의 작가라 하더라도 콜롬비아 출신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작품은 출간되는 즉시 속속 번역되어 소개되는 반면 스페인 작가 카밀로 호세 세라의 책은 출간 당시 별로 주목을 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절판된지 이미 오래라 시중 서점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1982년, 호세 세라가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89년, 시기적으로 보아도 두 작가의 수상시기가 그리 차이 나지도 않는데 말이다. 승승장구하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과 쪽박신세를 면치 못하는 스페인 문학 - 서점에 갈 때마다 확연히 드러나는 이 엄청난 대조가 나는 늘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다.

물론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 재미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어떤 때는, 그들은 원래부터가 이야기꾼의 기질을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또한 그들의 한껏 굴곡진, 상처투성이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나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은채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일종의 공감대를 형성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스페인 사람들이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에 비해 글을 못쓰는 것도 아니요, 그들 역시 만만한 역사의 시간들을 보내온 것도 아닐텐데 스페인 문학은 어찌된 일인지 우리에게 불모지로 남아있다. 생각해보라. 세르반테스를 제외하고, 또 한때 한창 출간되었던 『뒤마클럽』의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 이 사람도 요즘은 통 주목받지를 못한다 - 를 제외하고, 우리에게 친숙한 스페인 작가가 과연 몇이나 있는가. 반대로, 우리가 서슴없이 꼽을 수 있는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작가는 또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사실,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그렇게 많은 라틴 아메리카 작품이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가 작품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남미의 모습은 대개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학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은『백년간의 고독』의 마꼰도와 어느 정도까지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가 - 『백년간의 고독』출간 당시 환상적이면서도 묘하게 현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마꼰도의 모습에 서구인들은 무척이나 열광했다고 하고 그 열광은 곧바로 서구 출판시장에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붐으로 이어졌다는데도, 정작 그 속에서 서구의 출판시장은 마꼰도 이상의 라틴 아메리카의 모습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라틴 아메리카의 작가들이 스스로 그들의 환경을 또 다른 마꼰도로 묘사하도록 적극적으로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문학상을 제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하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마꼰도의 역사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그들이 또 다른 마꼰도를 만드는 데 다시 한 번 앞장서고 있다니. 그리고 한국의 출판시장은 또 어떠한가. 지금까지 꾸준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인기가, 서구 출판 시장에서 한껏 치켜세워주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이 팔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멋대로 권위의 딱지를 붙인 채 무비판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이미지'를 수입하는데 급급한 결과는 아닌가.

글의 마지막에서야 용기내어 말하건대 그 수많은 소설을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라는 거친 단어로 엉성하게 묶어버린 나의 무지를 용서하시라. 그리고 고백하자면, 어쩌다보니 밑에서 스페인 문학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나는 사실 스페인어도 잘 못하는 데다(스페인어 입문수업을, 재수강도 모자라서 삼수강을 해야 할 처지다) 스페인 문학 시간에도 계속 잠이나 꾸벅꾸벅 잤을만큼 스페인 소설에 대한 애정도 별로 없고 한국문학도 제대로 안 팔리는 이 시점에서 스페인 문학까지 신경써줄만큼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쏠리는 과도한 관심이, 그리고 그 관심의 방향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아 단지 같은 스페인어권 문학이라는 이유 만으로 스페인 문학과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비교해서 스페인 문학을 좀 더 옹호한 셈이 되어버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한국의 출판업자들이 어떤 뜻을 가지고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계속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서점에 가서 라틴 아메리카 문학 코너를 볼 때마다 불편해 할 것이고 그들의 작품을 읽을 때 마다 혹 거기에 경도되지나 않을까 늘상 경계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긴장상태가 계속되는 한은, 절대로 나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즐거이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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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3 16:28 2007/06/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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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에서 라틴아메리카 소설이 잘 팔리니?
    난 한 권도 안 읽어봤구먼..
    하나 추천해죠봐바^^;

    2007/06/13 21:16
    • 飛정상 2007/06/15 0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예 거의 출간되지도 않는 스페인문학에 비하면 엄청 잘 팔리는거지- 뭐 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그래도 일단 한국에 출간된 소설들은 다들 재미있으니 한 번 읽어봐 ^^

  2. likeablu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지를 용서할 수 없다ㅋㅋㅋ 환상적인 풍의 남유럽 소설도 많고 -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 같은 - 안 환상적인 라틴아메리카 소설도 많아. 바르가스 료사의 '세상종말전쟁'이나 로아 바스또스의 '사람의 아들' 읽어보셍-

    2007/06/14 01:04
    • 飛정상 2007/06/15 0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이 글의 주제는 '한국에서 라틴 아메리카 소설이 인기있는 것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 재미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구의 권위(마꼰디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난 솔직히 그게 좀 불편하다'여야 했는데 어째 쓰다 보니 그런 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글이 되어서 이걸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책 추천 고마우이. 근데 포르투갈도 스페인어권에 들어가나? 물론 요즘은 포르투갈에서도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긴 한다고 하지만.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냐 주제가 잘 드러나-재미있게 읽었오 '-'
    다만 읽으면서 조금 혼란이 오는건, '라틴아메리카'문학과 '스페인'문학이 카데고리가 달라서인것 같아. 라틴아메리카는 스페인어권과 포르투갈어권 국가들이 혼재하는 대륙이고, 스페인은 (물론)스페인어권이면서 남유럽 대륙(?)에 있는 국가니까. 정석선배의 포르투갈 소설 소개는 그런 의미에서 스페인문학을 남유럽문학 하위카데고리로 보고 하신말인듯. 포르투갈어 쓰는 브라질이 라틴아메리카인것처럼 말야. (이렇게쓰니 오나전 복잡하구나;ㅋㅋ)

    그나저나, 나는 우리나라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인기 있는 줄(특히 다른나라에 비해서-라면 더욱) 잘 못 느끼겠어. 그러니까 일본(하루키 바나나 등), 미국(왠지 당연하게 느껴지는건 왜인가;;;;), 프랑스(뭐-까뮈에서 알랭드보통까지)등에 비해서 더 알려진 것 같지 않다는. 내가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잘 읽지 않아서 그런걸까. (이 용서될 수 없는 무지!ㅋㅋ)

    근데, 아무래도 라틴아메리카문학은 수많은 나라들의 문학이고 스페인은 달랑 한 나라니까 양적으로 많을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좀 너무 안일한가'ㅁ'? 뭐랄까 우리나라에서 홍콩영화를 꽤나 많이 보지만 '유럽영화'라는 카데고리 하의 영화들이 아무래도 양적으로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ㅋㅋ

    그나저나 나 레폿쓰기 싫어서 이렇게 왕긴 리플이나 달고있고 혼내줘ㅠ ㅋㅋ

    2007/06/15 18:52
    • 飛정상 2007/06/18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단 라틴아메리카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 봐야할 것 같네. 스페인어권 아메리카 국가들..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이 글은 2학년때부터 했던 생각들을 적은건데, 여기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인기있다는 이야기는 다른 대륙의 문학들에 비해서 상당히 인기가 있다는 것이 아니고 한국에서 스페인 문학이 홀대받는데 비해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식이라면 문제의식이랄수 있겠지. 당시 스페인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기말레포트를 쓰려고 스페인 작가들 작품을 찾으려고 보니(교수님께서 남미 작가는 안되고 스페인 작가만 허용하셨거든) 정말 돈키호테 말고는 도통 쓸게 없었거든. 그에 비해서 아, 이거 좀 스페인어권 문학같다-싶으면 전부 남미 작가들거고. 아무리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많다지만 세르반테스말고는 아는 스페인 작가가 거의 없다는 건 너무 심하지 않냐. 그렇다고 스페인 문학이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같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예를 든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야)

      아우, 그나저나 날씨 참 덥다. 얼른 끝내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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