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동안 내 몸은 전차의 진동에 맞춰 흔들린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앉아서 쉬면서 책도 읽을 겸 겸사겸사 들어온 카페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 카페는 한큐 우메다 역 바로 밑에 있어서인지 전철이 지나가면 그 진동과 소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그럴 떄 마다 나는 생각, 혹은 망상을 멈춘다. 아니, 방해를 받았다고 해야 할지 흐름이 끊겼다고 해야 할 지, 아무튼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것 만은 틀림없다. 어릴 떄 부르던 노래 중에 기찻길 옆 오막살이 하는 아기가 기차가 칙칙폭폭 지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잘도 잔다는 내용의 것이 있었던 게 기억나는데 거 참, 난 놈일세, 하다가도 그 어린 나이에 벌써 생활의 고단함이랄지, 어려움 같은 것에 익숙해져 버린 아기가 딱해 이내 혀를 끌끌찬다(비슷한 감정을 환기시키는 아기로는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혼자 남아서 집을 보다가 팔을 베고 스르륵 잠이 든다는 섬집 아기가 있다). 그리고 동시에 기찻길 옆에서 오막살이하는 아기 뿐 아니라 이 진동과 소움에 꿈쩍도 않고 책을 읽거나 담배를 피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아무튼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해 내는 이 카페 안의 다른 사람들도 동시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우메다는 중요한 노선이 모두 지나가는 역이라 그런지 큰 가방을 매고 한 눈에도 여행객임을 알아 볼 수 있는 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혼자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아무튼, 이 가게에서 진동과 소음에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 나머지 사람들은 그 어느 누구도 이 카페가 흔들린다든지 남이 무얼 하는지를 지켜본다든지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드문 풍경이다.
얼마 전 뜬금없이, 집에서 한 발짝만 나가면 어디에서건 아는 얼굴과 마저치게 되는 학교와 녹두거리가 무척이나 지겹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물론 일이 그렇게 된 것은 내가 학교를 무려 6년째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는 얼굴과 만나면 인사 한 마디 건네는 데도 내가 지금 여기서 무슨 연유로 낮 동안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있는지 짧게나마 설명하지 않을 수 없고, 상대가 실제로 그걸 상관하건 말건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거나, 오늘 아침에 머리를 감지 않았다거나 하는 것에 내 스스로 지나치게 신경을 쓰게 되기 마련이라 금방 무척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가능하면 내가 아는 사람들이 없을만한 곳으로, 그것도 구석자리를 고르고 골라 푹 파묻혀 있는 것에 꽤나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기차의 진동과 소음에도 꿈쩍하지 않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런 거리라면, 나는 아마 어디에서건 숨지 않아도 되고 편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평생이 가도 나는 이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지는 못하겠지만, 아니 애초에 이 사람들이 각각 '섞여'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사람들이 그런 것에 신경을 쓴다거나 대체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보는 일은 결코 없을테니 그건 또 그것대로 그리 나쁘진 않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나는 오랫동안 이런 걸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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